우리를 힘들게 한
강박, 고집
심쿵이가 갖고 있던 문제 중 하나는 강박과 고집이 있다는 점이었다.
만 3세경에 절정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완화되더니 지금은 많이 옅어진 상태이다.
만 3세 무렵의 모습
- 가던 길로만 가려고 함 (같은 길, 익숙한 길 고집)
- 차 타고 이동하는 중 예상치 못한 길로 가면 울고불고... ('~에 갈 거야'라고 미리 알려줘도 이해를 못 한 것 같다.)
- 차로 귀가 중 동네 마트에 들르는 것 허용 안 됨. 동네에 들어섰으면 곧장 집으로 가야 함.
- 차는 아파트 지하 2층에 대아 함. 어쩌다 지하 1층에 대면 소리 지르고 울기 시작.
- 동네 산책 시 슈퍼, 카페 등 어딘가에 들어가는 것 거부
- 차에서 내릴 때 왼쪽 문으로만 내림 (반대쪽으로 내리자고 하면 난리난리)
- 귀가 후의 루틴이 정해져 있음 (양말을 꼭 벗어야 하며 손을 곧장 씻지 않으면 다른 일을 못 함. 할아버지댁 가서 손 씻기 전에는 인사도 안 나눔)
- 낯선 장소에 가면 신발, 양말 벗기 거부하고 고집을 심하게 부림 (신발 벗어야 한다고 하면 울면서 힘들어하는 모습)
- 집안 물건의 위치가 바뀌면 불안해하며 소리 지르고 자기가 원하는 기존 자리로 옮김
- 아파트 1층 공동현관이 열려 있어 비밀번호를 안 누르고 그냥 들어가면 소리 지르고 울어댐. 삑삑 삑삑 누르고 들어가야 함.
그리하여 우리는 여태껏 동네 산책이 어려웠다. 같이 슈퍼에 가는 것도 어려워 아이가 없는 동안 미리 다녀오곤 했다.
사소한 것으로 실랑이를 벌여야 할 때마다 좌절감이 들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그냥 순순히 따라줄 순 없는 걸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이의 불안도가 높은 데다 수용언어가 낮다 보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서 생긴 증상들이었는데… 별 것 아닌 일로 매번 울고불고 떼쓰는 아이 모습을 볼 때마다 사실 답답한 마음만 들었다.

요즘은…
종종 집 주변 산책로에서 자전거를 태워주고 있는데 그럭저럭 협조를 잘해주어 수월해졌다
그러던 어제, 평소 잘 다니지 않던 길로 가봐야겠다 싶어 남편과 아이와 셋이서 집을 나섰다.
혹시나 또 떼를 쓰고 안 가겠다고 발걸음을 돌리면 그냥 그렇게 포기할 생각으로…
그런데 "빵 가게에 갔다가 놀이터에 갈 거야. 저 길로 갈 거야."라고 설명을 해주고 출발했더니 순순히 따라가는 심쿵이!
심지어 빵 가게에 들어가자고 해도 함께 잘 들어가고, 빵 사는 동안에도 무난하게 옆에 있어 주었다.
최근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좌절감을 많이 느꼈다는 나에게 남편이 하는 말,
"심쿵이랑 이렇게 평범하게 동네 산책 하는 게 소원이었던 때가 있었는데, 소원 하나 이뤘네. 심쿵이 기특하다 그렇지?"
요즘 먹는 것으로 속 썩이는 우리 딸 보며 한숨 푹푹 내쉬었는데, 생각해 보니 강박과 고집을 많이 내려놓았다는 큰 변화가 성큼 찾아와 있었다.
아직은 아이와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걷지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평범하게 산책하며 저녁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된 우리.
아이의 변화는 역시 시간이 해결해 주는 걸까?
불안함을 내려놓고 변화해 준 심쿵이, 참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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