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심쿵이를 키우며 '혹시 심쿵이가 자폐스펙트럼은 아닐까?'했던 포인트들을 정리해보았다.
1. 알파벳, 숫자에 대한 관심
심쿵이는 18개월 무렵부터 알파벳과 숫자에 관심이 많았다.
알파벳송, 숫자송을 좋아하여 틀어줬더니 A부터 Z까지 쉽게 외우고, 1~20까지의 숫자도 금방 익혔다.
30개월쯤 되었을 때는 one, two, three, ..., twenty까지 외움과 동시에 twenty, nineteen, ..., one으로 거꾸로 읊곤 했다.
단순히 숫자와 알파벳에 대한 관심이 많은 아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심쿵이의 경우 두 단어 잇기라던가 네/아니오 대답하기 등은 거의 하지 못하면서 숫자, 알파벳 외우기에서만 두각을 보이니 걱정이 되었던 것.
사람의 목소리를 통한 학습은 어려워하면서, 시청각 자료를 통한 문자 학습은 잘 되는 편이라 자폐아이들에게서 흔히 보이는 양상에 해당한다 생각했다.
2. 물건 나열하기
정상발달 아이들이라면 동물 피규어를 가지고 동물 놀이를, 자동차로는 경주하는 놀이를, 주방용품이나 과일 모형으로는 소꿉놀이를 주로 할 것이다.
심쿵이 같은 경우는 동물도 과일도 줄줄이 나열하는 놀이를 즐겨했고, 이 또한 자폐 아동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하여 우려가 되었다.
여자아이라 주전자, 그릇, 포크, 음식 등의 장난감도 여럿 있었는데, 엄마에게 상을 차려 주려 한다거나, 물을 따르는 놀이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3. 또래, 사람에 대한 무관심
사회성이 발달되기 전에는 혼자 놀기를 주로 하다가, 연령이 차면서 함께 놀 수 있다고들 한다.
처음에는 심쿵이가 혼자서만 노는 것에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고 단순히 본인의 성향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연령이 차면서, 주변 또래 아이들은 서로 나이나 이름을 묻기도 하고 같이 놀자고도 하는데 심쿵이는 그런 것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누가 인사를 하고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 쑥스러워서 말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상호작용이 없는 모습, 무시하고 자기 할 일만 하는 모습이 보였다.
4. 감각적인 특이점, 행동들
높은 곳에 오르기, 빙글빙글 돌기, 구석진 곳에 몸 끼우기(압박감), 까치발, 입에 물건 넣어 탐색하고 뭔가를 자꾸 입에 무는 등의 행동이 자주 보였다.
이 또한 일반 아동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나, 일시적이지 않고 꽤 오랜 기간 계속되곤 했다.
5. 강박, 고집, 집착
심쿵이는 잦은 이사나 지역 이동 등으로 불안도가 높았던 것 같다.
자폐 뿐만 아니라 높은 불안에서 기인한 것 같은 것이 강박, 고집, 집착이다.
신발은 오른발부터 신어야 하고, 차에서 내릴 때는 늘 왼쪽 문으로만 내렸다.
물건은 늘 있던 자리에 있어야 하고 다른 곳에 두기라도 하면 울고불고 소리를 지르며 제자리에 되돌려놓곤 했다.
어린이집이나 슈퍼를 갈 때도 늘 가던 길로만 가야해서, 가끔 볼일이 있어 다른 곳에 가려고 해도 설득하기가 굉장히 어려워 포기한 적도 많다.
또한 새로운 장소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해서인지, 낯선 길로 걷는 것을 거부하고 힘들어했다.
차를 주로 지하 2층에 댔더니, 어쩌다 지하 1층에 대려는 날은 소리를 지르며 거부하기도 했다.
신발, 양말을 벗고 순순히 들어가는 것은 우리 집과 조부모님 집 정도.
치료센터나 음식점, 심지어 실내놀이터 같은 곳에 가도 신발을 벗지 않으려 울고불고해서 난감했던 적이 많았다.
6. 눈맞춤, 호명 반응, 대답 어려워하는 모습
부모와의 눈맞춤은 잘 되는 편이었으나, 낯선 사람이나 다른 가족들과는 눈맞춤이 약했다. 일단 타인에 대한 눈치나 관심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이름을 불러도 대부분 쳐다보지 않았고, "심쿵아, ㅇㅇ 먹자."처럼 본인이 원하는 음식이나 활동을 덧붙이면 바로 반응했다.
그리고 단순한 선택형 대답, 네/아니오 대답도 쉽게 하지 못하고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파악하기 어려워한다.
7. 포인팅 안 됨
돌 정도만 지나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검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요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심쿵이는 두 돌이 지나도, 세 돌이 지나도 포인팅을 하지 않았다.
'원하는 게 있으면 이 손가락으로 콕!하고 짚는 거야.'하고 손가락으로 직접 뭔가를 가리켜보도록 알려줘봤지만, 이런 비언어적 제스쳐를 지금도 잘 사용할 줄 모른다.
더불어 "심쿵아, 저것 좀 봐!"하고 아이의 시선을 끌어도 내 손끝을 잘 쳐다보지 않는다. 공동주시가 잘 되어야 한다는데, 심쿵이에게는 이게 어려운 듯 보였다.
8. 인지 및 지능 우려
숫자, 색깔, 알파벳, 모양 등에 대해서는 척척박사.
하지만 또래 아이들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일단 말이 늦다보니 인지 발달도 뒤쳐지고, 학습 자체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위험에 대한 인지도 낮다고 느낀 적이 많다. (호숫가에 뛰어들 것 처럼 달려가는 등)
9. 끊임 없는 혼잣말과 반향어
약 두 돌 무렵부터 혼잣말이 많아진 것 같다.
따분할 때나 잠들기 전 등 혼자서 중얼중얼... 미디어에서 들은 대사나 노래 가사 같은 것을 상황에 맞지 않게 혼자 읊조린다.
아침에 일어나서 잘 잤냐고 물어도, '네'라던가 '잘잤어요'라는 대답 대신 '원, 투, 쓰리...', '꼬마버스가 달려갑니다' 같은 엉뚱한 말이 튀어나오곤 했고 지금도 그런 편이다.

지금의 모습은?
수용언어 발달이 많이 뒤쳐져있던 두돌~네돌 사이에 위의 증상들이 가장 심했던 것 같다.
지금은 반향어를 통해 연습한 말들을 일상생활에 적용시켜 요구하기도 하고, 울음 대신 '아니에요', '싫어요'라고 의사표현을 하기도 한다.
특히 많이 좋아진 부분은 강박, 고집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
말이 조금씩 더 통하기 시작한 것도 있고, 아이의 불안도가 많이 낮아져서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새로운 길도 잘 따라가는 편이고, 물건의 위치가 바뀌어도, 다른 발부터 양말을 신거나 벗어도 괜찮다.
여전히 혼잣말과 반향어는 진행중이지만, 이를 통해 말을 배우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또래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어린이집 생활을 하며 또래 아이들과 지내는 것에 익숙해진 느낌이고, 가끔은 상황에 맞게 '고마워'라는 말도 먼저 건넨다고 한다.
아이에게서 자폐 신호가 보인다면?
몇 가지 특징들은 정상발달 아동에게서도 충분히 보일 수 있는 것이고, 자폐인 백이면 백 명 모두 증상이 다르다고 하니 심쿵이의 사례도 참고만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정도가 심하거나 여러 가지 포인트가 걱정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소아정신과 전문의를 만나보는 것이 좋다.
대학병원 유명한 선생님들은 1년 이상, 심하면 2~3년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할 정도로 소아정신과 진료 보려는 환자가 늘었다고 한다.
대학병원에 대기를 일단 걸어두고, (몇 년 뒤 아이가 호전되면 예약을 취소하면 되니 부담 없다) 빠르게 내원할 수 있는 주변 로컬병원의 소아정신과에 가서 발달 검사를 해보거나 전문의에게 조언을 구해본 뒤, 조언에 따라 언어치료나 감통치료, ABA 등을 받아보면 좋을 것이다.
https://youtu.be/qogcmjufsog?si=CcqA6ZeUXK43SlQ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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