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폐스펙트럼/자폐스펙트럼

반향어란 무엇일까? 자폐스펙트럼 아이와 반향어에 대하여

by 심쿵로그 2023. 2. 11.
728x90
반응형


심쿵이. 현재 만 4세 5개월.

심쿵이는 만 2세 무렵부터 맥락에 맞지 않는 소리를 혼자서 읊곤 했다.
(무작위의 단어나 알파벳, 숫자 등을 혼자 읊거나 미디어에서 듣고 익힌 대사, 노래 가사, 책의 내용을 외워 문장으로 읊는 등)

혼자 놀다가 심심할 때, 혹은 높은 곳에 혼자 걸터 앉아서

"파랑, 노랑, 주황, ..."
"A, B, C, ..."
"One, two, three, ..."
"곰곰이가 소풍을 가요."
"아빠 곰은 뚱뚱해."

특히 잠자기 전에 폭발하던 아무말 대잔치.
방해하지 않고 놔두면 30분은 기본으로 혼자서 떠든 것 같다.
무발화인 것 보다 나은가 싶다가도 아이가 허공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해대는 걸 보면 마음이 심란해졌다.

"무슨 얘기 하는 거야? 뽀로로 보던 거 생각났어?"
"심쿵아~ 심쿵아??"
"심쿵아, 오늘 우리 어디 갔다왔어? 동물원 다녀왔지?"
"심쿵아.. 오늘 재밌었어?"

아이의 흐름을 깨려고도 해봤지만 아이는 좀처럼 내 말에 반응이 없었다.
그저 "네!"라는 한 마디가 간절한 날이 꽤 오래 이어졌다.



네 돌하고 5개월이 지난 지금.
머릿속의 단어나 문장을 읊는 것은 많이 줄어든 대신 다른 현상이 나타나는 중이다.

"심쿵아 우리 밥 먹을까?"라고 물으면 끝의 "밥 먹을까?"를 따라하거나 "심쿵아 뭐 먹을래?"하면 "뭐 먹을래?"라고 따라하는 즉각반향어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
하지만 이것도 말을 배우는 과정 중 하나라 생각하고 언젠가는 이 단계를 거쳐 핑퐁대화가 가능한 날이 찾아 올 거라 믿으며 지켜보는 중이다.

반향어란?

echolalia.
발화 가능한 자폐 아이들에게서 쉽게 보이는 현상이다.
상대방의 말에 적절한 대답을 하는 대신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혹은 비슷하게 따라하는 것.

반향어의 종류는?

반향어는 흔히 '즉각반향어'와 '지연반향어'로 나누어진다.

즉각반향어란 상대방의 말을 들은 즉시 하는 것.
예) "과자 먹을래?"라고 물었는데 "과자 먹을래?"라고 똑같이 따라하는 경우

지연반향어란 시간이 지난 후 나타나는 반향어로 주로 상황에 맞지 않게 나타난다.
예)광고 멘트, 미디어에서 본 대사, 상대방이 말했던 문장 등을 시간이 지난 후 그대로 읊는 경우

반향어를 하면 자폐나 발달장애?

반향어는 정상발달을 하는 아이들에게서도 보이곤 하는 증상이지만 일시적으로 거치고 지나간다.
영유아기에 언어를 익히는 동안 자연스럽게 나타나기도 하는 현상이지만 사라지게 되어 있고, 언어로 소통을 하고 말을 배워나갈 시기가 지나도 반향어가 계속되는 것은 좋지 않은 현상.

반향어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방해하며 사라지지 않고 계속되는 경우 발달장애의 증상으로 여겨진다.
장애가 심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반향어가 지속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니, 반향어 대신 적절한 의사소통 하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도와준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닐테지만.)

반향어의 원인은?

원인은 정확하지 않지만 인지능력 및 기타 능력이 균형적으로 잘 발달하지 못한 경우, 언어를 깨달아 나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경우 나타나기 쉽다.

상대방의 한 말을 기억하는 능력은 정상적이지만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반향어가 나타나곤 하는데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말을 따라하게 된다고 한다.

발탁스와 시몬스(Baltaxe & Simmons)에 따르면 자폐 아동은 화자의 구어를 '분석되지 않는 통합체'로 외워버리기 때문에 창조적이고 융통성 있는 구어를 습득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인지적 결함과 통합적 사고방식이 정상적인 언어 발달을 어렵게 한다는 것.

반향어 이후, 앞으로의 언어 발달은?

자폐 아동 중 일부는 반향어를 하는 시기를 거친 뒤 좀 더 발달된 언어를 습득해 나가기도 한다.
언어의 규칙을 학습하여 문장을 융통성 있게 구성하고 새로운 어휘로 문장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는 것.

처음에는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모방한 반향어만 하다가 나중에는 나름대로 어휘를 바꾸어 변조된 반향어를 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을 거치고 나면 보다 창조적인 언어 표현이 가능해 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심쿵이의 경우, 상대방의 끝말을 따라하는 즉각반향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끝말을 따라하는 대신 적절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두 돌이 되면 다들 단어를 조합해 문장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다고 생각했는데, 2년이 지난 지금도 쉽지 않은 현실에 때로는 막막해지지만, 이렇게나마 언어를 익히고 한 달 한 달 성장해 나가고 있는 걸 보면 '언젠가는 핑퐁대화 하는 날이 오겠지'라는 꿈이 헛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요즘 희망적인 것은 "이거 먹고싶어?", "실내놀이터 갈까?" 같은 질문에 "네!"라고 대답하기도 한다는 것.
그리고 "아빠 보고싶어?"라는 질문을 했을 때 "보고싶어"라고 하거나 "블루베리 맛있어?"라고 물었을 때 "맛있어"라고 하는 등 끝 말을 따라하긴 하지만, 생각을 하고 대답을 하는 것 처럼 들리는 날이 많다는 것.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심쿵이와 언어로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본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