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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스펙트럼/자폐스펙트럼

한국 자폐인의 평균 수명

by 심쿵로그 2023.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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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방영되던 무렵, 자폐인의 평균 수명이 30대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무리 평균이라고는 하지만 30대라니... 너무 짧은 수명이라 적잖이 놀랐다.
 
문득 그때 본 기사가 생각나서 오늘 구글에서 검색을 해보니 더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한국 자폐인의 평균수명 23.8살 (2020년)

 
국내 장애인의 평균 수명은 76.7세, 지적장애인의 평균수명은 56.3세라고 하는데 유독 자폐인의 평균 수명은 왜 이리도 짧은 걸까.
2016년에서 2020년에 걸친 사망 원인을 살펴보니 자살, 심장질환, 낙상, 암 등인데 평균 사망 연령이 겨우 19~25세였다. 현저히 낮은 연령을 보니 암담했다.
생각해보니 장애인복지관에 가더라도 어린이, 청소년, 20~30대 자폐인은 흔히 봤지만 그 이상의 연령대 자폐인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자살이나 타살이라는 이유를 보니 비통하기 그지없고, 낙상이나 사고의 경우도 참 안타깝다.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는 것에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생각해 보니 유전적으로 질병에 약한 것이 아니라면 자폐인의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건 치료나 검진 같은 것이 어려워서가 아닌가 싶다.
 
 

첫 번째 관문, 병원 다녀오기

아이 데리고 병원 다녀오기가 애초에 쉬운 일은 아니지만, 발달에 문제가 있는 우리 딸을 데리고 소아과, 치과에 다녀오려면 각오를 하고 가야 한다.
아프지 않은 단순 진료나 신체계측을 하는 것 뿐인데도 아이는 자기 몸에 누가 손을 대고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에서부터 두려움을 느껴 발버둥 치며 울기 시작한다.
아프지 않은 거라고, 선생님이 보기만 하는 거라고, 체중계에 올라서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을 해보지만 소용 없다. 아무래도 병원의 분위기와 의사, 간호사 선생님이 다가오는 것, 낯선 사람이 자기 몸에 손대는 것 등 모든 것이 낯설고 싫은 듯했다.
 
고기능 자폐인의 경우라면 좀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언어적으로 소통이 잘 되지 않으니 꼭 필요한 진료가 아닌 정기검진 같은 것은 애초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싶다. 질병을 발견하더라도 치료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잠깐 놓고 마는 주사이면 모를까 채혈하는 것도 진땀 빼는 일일테고, 폐쇄된 공간에서 몇 분씩 촬영해야 하는 MRI 같은 건 거의 무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수면 내시경은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들숨 날숨 조절해야 하거나 특정 지시를 따라야 하는 초음파나 기타 검사들도 난해하다.
우리 딸의 경우 영유아검진에서 시력검사를 해야 하는데 시력검진판에 보이는 숫자나 동물을 알면서도 대답하지 않아 시력 측정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 앞으로 인지가 올라가고 성장해 나가며 어느 정도 해결 될 부분이기는 하지만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두 번째 관문, 약 먹이기

 

그뿐인가. 복약도 쉽지 않다. 병원에 어렵게 다녀와 약을 처방받아 오지만 먹이기가 쉽지 않아 우리 집에는 먹이지 못한 약들이 점점 쌓여 가고 있다.
이 약을 먹어야 아픈 게 낫는다, 달콤한 약이다(실제로 쓰지도 않고 먹을만한 약이었다), 쫓아다니며 설명을 해보지만 소리 지르며 도망가기 일쑤. 주스 같은 것에 섞어 몰래 먹여보곤 했지만 미각이 예민한 건지 금세 들키고 만다.
코로나에 걸렸을 당시 해열제를 거부해서 결국 좌약을 억지로 넣은 적도 있었다. (그나마 첫 번째는 성공했지만 두 번째부터는 울고불고 거부해서 넣지 못했다.)
 
남편 왈, "배탈이나 열 정도가 아니라 진짜 나중에 어딘가 아파서 약을 꼭 먹여야 할 때는 어떻게 하지? 진짜 심쿵이는 어디든 아프지 않아야겠다..."
 
약 한 알이면 나을 일인데. 열이든 설사든 약을 거부하느라 몸으로 버티며 며칠을 앓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면서도 짠하고 앞으로가 걱정되곤 한다.
 
 
 

어쨌거나 심쿵이가 여태껏 큰 병 앓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에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우리 심쿵이는 어제도 오늘도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다. 언어도 인지도 사회성도 떨어지지만 분명히 자기 나름대로 발달을 계속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특정 시기를 지나면 껑충 성장할지도 모를 일이고 시대가 변하면 어떤 방법으로든 자폐 치료가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우리 세 식구, 조금은 어렵고 힘든 여정이지만 행복한 일상을 쌓아 나가며 즐겁게 지낼 수 있기를. 
심쿵이 뿐만 아니라 심쿵이를 돌봐야 하는 남편과 나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지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심쿵아, 네가 행복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엄마 아빠가 곁에서 도와줄게.
부족한 엄마이지만 더 노력해볼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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