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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기록/요즘 심쿵이는...

자전거 타는 꿈

by 심쿵로그 2023.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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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부끄럽지만 나는 두발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경사 있는 아파트 단지라 자전거 타기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자전거 사주기를 미루셨다. 그 대신 종종 자전거를 빌려 타는 곳에 가곤 했다. 하지만 내게 운동 신경이 없는 건지 자신감이 부족한 건지 두발 자전거를 자유자재로 즐겁게 탄 기억은 없고 늘 휘청거리며 운동장을 어렵게 맴돌던 기억만 남아 있다.

성인이 되어 친구들과 공원에 갔을 때 자전거 탈 일이 종종 있었는데, 혼자 타는 걸 시도해보지 않고 그냥 친구들과 2인용 자전거를 빌려 타곤 했다. 20대가 되어서 누군가에게 자전거 타기를 배운다는 게 쑥스럽기도 하고 자신이 없어 손을 놓은 것 같다.

그러다 아이 엄마가 되고 보니 자전거는 꼭 어릴 때 가르쳐주고 싶었다. (가르치고 배우는 게 아니라 그냥 타면 되는 것 같기도 한데, 내게는 자전거 타는 게 도전 같은 존재로 남아버림…)

아이 만 3살 생일 선물로 세발자전거를, 만 4살 생일 선물로 네발자전거를 사주고 종종 아이 아빠가 연습시키는 중이다.
아이가 앞을 안 보고 옆을 보고 달린다거나 페달을 반대로 신나게 돌리는 일이 허다하지만, 그래도 아이는 종종 '자전거!!'하며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한다.

이번 설 연휴 때도 아파트 운동장에서 네발자전거를 태웠다.
발달지연이 생기고 자폐 진단을 받으며 아이가 여러 방면에서 늦는다는 걸 인정하고 있지만, 몸 쓰는 일은 그럭저럭 하는 우리 딸.
아직 자전거를 제대로 못 타지만, 자전거 타게 연습을 통해 주의력, 협응력, 운동신경이 늘었으면 좋겠다 :)





설 연휴 첫날인가? 자전거 타는 꿈을 꿨다.

꿈속의 나는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비틀비틀 위태롭게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배경은 초등학교 때 몇 년 살았던 경사가 많은 동네.

오르막길 내리막길 많은 그 동네에서 나는 집에 도착하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넘어지고 휘청거리며 힘겹게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진땀 빼며 집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꿈에서 깨어났다.

꽤 길고 기억에 남았던 꿈이라 '자전거 타는 꿈'으로 검색을 해 보니, 자전거는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이나 일의 과정 같은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자전거를 신나게 쌩쌩 달리며 타는 꿈은?
현재 하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좋은 성과를 내는 꿈. 자전거를 힘들게 타거나 페달이 잘 안 나가는 꿈은?
지금 하는 일이 어렵거나 진척이 없는 것을 의미하는 꿈. 자전거를 휘청거리며 타는 꿈은?
불안한 현실을 나타내며 주변에 둘러싼 환경이 쉽지 않다는 꿈.

그냥 별 뜻 없는 꿈이었을지 모르지만, 괜히 요즘 내 상황 같아서 마음이 짠해졌다.

요즘 내 인생에 내 뜻대로 안 되는 어려운 일은 우리 심쿵이 일 밖에 없고, 누군가 소원을 묻는다면 심쿵이가 좋아지는 것이라 대답할 것이다.

잘 타지도 못하는 두발 자전거를 타고 넘어지고 휘청거리며 목적지로 가려고 애쓰는 내 모습이, 발달에 어려움이 있는 우리 아이를 잘 키워낼 자신은 없지만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내 모습 같았다.

과정은 거칠었을지라도 멋지게 집에 짠! 하고 도착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집에 도착하기 전에 꿈에서 깨어나버렸다.

자폐스펙트럼이 있는 아이를 잘 키워내는 건 쉽지 않겠지만, 자전거 타기를 포기하지 않고 넘어지고 쓰러져가며 붙들고 집 근처까지 간 것 처럼, 포기하지 않고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다.



내게 도전 과제와도 같은 자전거 타기, 그리고 우리 딸 보란듯이 잘 키워내기.

새해에는 잘 못하던 일들을 하나씩 성취해 나가며 자신감과 활력을 얻고 싶다. (자전거 타기, 수영 하기, 운전 능숙하게 하기 등. 멋지게 해내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다.)

육아에 비하면 자전거 타기 쯤은 하루 만에 해낼 수도 있는, 누워서 떡 먹기 같은 거겠지?

걱정 많고 두려움 많은 내 성격이지만, 2023년 우리 아이 열심히 보살피고 가르치며 보람있게 보내고 싶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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