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간 감기 앓은 심쿵이. 짜증, 거부, 눈물의 연속이었다.
밥도 간식도 잘 안 먹고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짜증 부리기 시작.
약 먹이는 건 거의 포기했고 그나마 주스에 섞어 조금씩 먹은 게 전부였다.
감기가 많이 나아가는 것 같아 어린이집에 두 시간 다녀온 날.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집에 와서는 짜증 대폭발!!!
재택근무 중이라 못 놀아주는 아빠에게 서운했는지 사사건건 성질부리고 예민함의 끝을 보여줬다.
아직 컨디션이 안 좋아 그런가보다 하며 이해하려 했지만 말도 안 되는 투정을 부릴 때는 화가 불쑥 올라오기도.
"아이들이 한 번 아프면 짜증이 원래 많이 는대. 그런데 그걸 넘어서고 나면 부쩍 성장하기도 한다더라."라는 근거 없는 말로 남편과 내 마음을 다독여가며 참고 참아 위기를 벗어났는데…
컨디션이 회복되고 나니 정말 아이가 부쩍 달라진 느낌이 드는 거다.
입맛이 돌아왔는지 먹는 것도 잘 먹고 기분이 좋아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대답을 잘 하게 되었다는 것!

어제 놀이터에 갔을 때 남편이 이것 저것 질문을 많이 하고 아이에게 의견을 하나 하나 물어봤더니 대부분 대답을 곧잘 하는 거다.
"심쿵아, 더 놀래? 집에 갈까? ... 더 놀거야?"
"더 놀거야."
"그네 한 번 더 탈까? 그네 탈래?"
"그네 탈래."
"집에 갈까? 아직 가기 싫어?"
"가기 싫어."
"호떡 먹으러 갈까? 호떡 좋아?"
"좋아."
"호비 영상 끝났네. 다음에 뭐 볼거야? 호랑이 볼거야?"
"안 볼거야."
"그럼 뭐 볼거야? 바나나 영상 볼 거야? 바나나?"
"바나나."
대답에 힌트가 되는 부분을 마지막에 물어보아 아이가 대답하기 쉽게 유도한 것도 있지만, 어쨌든 아이가 말로 의사 표현을 했다는 것이 기특했다. 심쿵이 4년 반 인생 중 어제처럼 대답을 많이 한 것은 처음이었다.
반향어처럼 끝말을 따라하는 경향은 확실히 있지만, 생각 없이 따라하는 게 아니라 마음에 들지 않는 내용이면 침묵을 하거나 "안 할거야"라는 말로 싫다는 내색을 해주니 아이의 생각을 읽기 쉬웠다.
예전에는 집에 가고 싶은 건지, 더 놀고 싶은 건지, 아이의 행동으로 유추하거나 이끌고 가는 수 밖에 없었는데. 어제는 확실히 다른 하루였다.
두 돌 정도 되면 보통 이 정도 수준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 같으니, 우리 아이는 최소 2년 정도는 늦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만큼 따라 잡은 것도 너무나 기쁜 일이다.

그리고 통인시장에 호떡 먹으러 가서 있었던 일.
웬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들이 우리 심쿵이에게 관심을 보였다.
초등학생: 얘 좀 봐. 귀여워! 너무 귀엽다!"
심쿵: ...... (묵묵부답. 호떡만 먹는 중.)
나: 심쿵아, 언니들이 너보고 귀엽대. 언니들한테 인사 한 번 해줘.
심쿵: ......안녕.
나: 손도 흔들어 줘!
심쿵: (열심히 양 손을 흔듦)
한참 뒤...
심쿵: (갑자기 언니들 노는 곳으로 달려가더니 언니들 장난감을 만진다)
나: 뭔지 궁금했어? 그런데 언니들 거야. 물어보고 만져야 해. 이제 가자. 언니들한테 인사 해 줘!
심쿵: ......안녕. (손 흔듦)
언니들에게 관심을 가서 달려갔다기보다 물건에 관심을 가진 거긴 하지만, 어쨌든 가서 손도 흔들고 인사도 하고 예쁨 받고 오는 건 좀처럼 없는 일이라 기뻤다.
새로운 발달센터로 옮긴지 약 한 달.
센터 덕분인지 남편의 발마사지 덕분인지 영양제 덕분인지 식단조절 덕분인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성장할 예정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좋은 면들이 많이 보이는 요즘.
남은 2월도 열심히 지내보자 :)
우리 심쿵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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