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네 도서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
요즘 내 고민에 딱 들어맞는 책이라 바로 집어 들었다.
자폐여도 괜찮아,
우린 초등학교 입학한다!
어느덧 만 4세 9개월, 57개월을 보내고 있는 우리 심쿵이.
수용언어는 좀 낫지만 표현언어가 아직 두 돌 배기 수준 밖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자조도 약해 스스로 밥 먹기, 손 씻기, 옷 입기도 서투르고 기저귀 떼기도 본격적으로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상동행동이나 강박 같은 것은 없는 편인데, 반향어가 아직도 많이 나온다.
자폐여도 괜찮을까. 다른 아이들과 뒤섞여 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고민이 많던 요즘.
남편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심쿵이가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들어가기 쉽지 않겠지만, 역시 특수학교에 지원해봐야 할 것 같다.
특수학교로 마음을 굳혀가던 중,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저자에게는 쌍둥이 남매가 있는데, 그중 아들인 '도늬'에게 자폐스펙트럼이 있다고 한다.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입학하여 1학년을 무사히 보내고, 코로나로 인해 2, 3학년은 원격수업을 주로 했으며 4학년이 되어 그럭저럭 학교에 다니고 있는 듯했다.
이 책의 후기를 살펴보니
- 우리 아이도 일반학교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학교에 보내기 전 두려운 마음을 덜어주는데 도움이 되었다
-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것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웬걸, 나는 이 책을 덮으며 울적한 마음에 빠졌다.
저자의 아들인 도늬의 경우, 언어로 의사표현이 그럭저럭 되는 수준이었고 모방도 되는 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유치원 졸업 전 탠트럼이 많이 잡힌 상태였다는 것에서 '아, 우리 심쿵이랑은 수준이 다르구나.' 싶었기 때문일까.
'저 정도 되니까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거지, 지금 우리 심쿵이의 수준으로는 무리야.'라는 생각도 들었다.
걱정, 두려움...
특수학교 지원까지는 1년, 입학까지는 1년 반 가량 남았다.
그래서 지금의 내 걱정이 섣부른 것일지도 모르지만, 책을 덮으며 마냥 눈물이 나왔다.
일반학교에 갈 수준이 아닌데 도전했을 경우, 우리 심쿵이는 학교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 상상하니 먹먹해지고 너무 안쓰러워 서글퍼졌다.
다른 아이들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고 혼잣말만 하며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
다른 아이들이 특수반 아이라고 수군거리는 걸 듣고도 아무 말 못 하고 있는 모습,
등하굣길 쓸쓸히 혼자 다니는 모습,
조별활동 시간에 다른 아이들이 심쿵이와 어울리기를 피하는 모습,
수업시간에 혼잣말을 하거나 소리를 내어 방해가 되는 모습,
통합 수업하다 특수학급으로 혼자 이동하는 모습,
담임 선생님이 심쿵이를 부담스러워하고 난처해하는 모습,
수업 내용을 따라가지 못해 멀뚱멀뚱 앉아서 버티는 모습,
친구들이 놀리는데 아무 대처도 못 하고 듣고만 있는 모습...
너무 비관적이라 생각할지 모르나, 아이 발달이 남은 1년 반 동안 확 올라오지 않을 경우, 이런 일이 현실로 일어날 것 같다.
우리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친구 사귀고, 수업 따라가고, 즐겁게 학교생활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걱정 내려놓기
이렇게 울적한 마음에 빠져 의욕이 사라지는 시기에는 내가 하고 있는 것과 해야 할 것을 나열해 보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 식단 조절 (생의학적 치료법에 관심이 생긴 요즘. 식단 조절에 희망을 걸어본다.)
- 센터 수업 (잘 맞는 센터를 찾았으니 수업 유지하며 잘 따라가 보기)
- 교회 유치부 예배 (다니다 말았는데, 남편이 이번에는 같이 다녀보자고 한다)
- 자조 늘리기 (회피하던 숟가락질에 조금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 젓가락 사용도 가르쳐봐야겠다.)
- 학습 (한글에 관심이 조금이나마 있으니 읽기로 시작해 쓰기까지 도전해 봐야겠다.)
- 어휘력 늘리기 (책 많이 읽어주기, 일상 속에서 표현 알려주기 등 소홀했던 부분에 조금 더 신경 쓰기)
- 배변 훈련 (손 놓지 말고, 계속해서 언급해 주고 시도해 보기)
갈 길이 멀지만,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것에 감사하며...
입학을 앞두고 이 책을 다시 한번 더 찬찬이 읽어봐야겠다.
입학 전 체크할 사항, 방과 후 활동, 알림장 쓰기, 준비물 챙기기, 학부모 활동, 학부모 상담 시 참고 사항 등.
머나먼 일 같지만 나도 내년에는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의 가능성을 믿고,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보낼 준비를 하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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